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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은 내가 그은 금입니다

지난 글에서 「서브3는 누구의 목표일까」를 물었습니다. 남들이 알아봐 주는 숫자가 아니라 내 기준으로 달리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하나가 더 남아 있었습니다. 목표가 내 것이면 이제 괜찮은 걸까요?

내가 정한 목표도 무거워진다

작년 서브3는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마음먹은 목표였습니다. 그런데도 달리기가 두려워졌습니다.

남의 기준이든 내 기준이든, 숫자 하나에 매달리기 시작하면 똑같이 무거워집니다. 문제는 누가 정했느냐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완성은 금을 긋는 일이다

『장자』 제물론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이루어지는 것이 곧 허물어지는 것이다.

나무를 베어 탁자를 만들면, 탁자로서는 완성이지만 나무로서는 끝입니다. 완성이란 "여기까지"라고 금을 긋는 일이고, 금을 긋는 순간 나머지 가능성은 잘려 나갑니다.

달리기도 같습니다. 서브3, 완주, 10km 40분은 모두 내가 그은 금입니다. 그 금을 넘으면 기쁘고, 못 넘으면 실패 같습니다. 그런데 금 자체는 길 위에 원래 있던 게 아닙니다.

금은 진짜다, 다만 그 안에 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목표가 가짜라는 말은 아닙니다. 장수트레일레이스 40J를 완주한 날의 기쁨은 진짜였습니다. 금을 넘는 순간은 충분히 기뻐해도 됩니다.

다만 그 금을 "나는 여기까지인 사람" 또는 "여기까지 못 가면 안 되는 사람"으로 붙들고 있으면 거기 갇힙니다. 금은 그 위에 잠깐 서 보라고 있는 것이지, 그 안에서 살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

오늘의 금을 긋고, 넘으면 놓는다

지난 글에서 그날 끝낼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우자고 했습니다.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작은 금은 그날 긋고, 그날 넘고, 그날 놓을 수 있습니다. 내일은 또 새 금을 그으면 됩니다.

내년 서울마라톤 제 목표는 "가능하면 서브3"입니다. 과녁은 둡니다. 다만 그게 제가 그은 금이라는 걸 알고 달리려 합니다.

오늘 나가기 전에

"오늘 나는 어디에 금을 그었나. 그리고 넘은 다음엔 놓을 수 있나?"

넘었다면 기뻐하고 놓으면 됩니다. 못 넘었다면 금을 다시 그으면 됩니다. 길은 그 금 너머에도 이어져 있습니다.

2026. 10. 9. · Written by 음파(Um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