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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3는 누구의 목표일까

2026. 10. 4.

달리기를 좀 하다 보면 숫자가 생깁니다. 서브4, 서브3, 10km 40분. 크루에서도, 대회장에서도, SNS에서도 우리는 그 숫자로 서로를 소개합니다.

목표를 세우는 건 좋은 일입니다. 다만 그 숫자에 목을 매고, 몸이 따라 주지 않는 날에도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대회가 다가올수록 초조해지고 압박감이 커집니다. 그 압박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역효과를 냅니다.

목표는 세워도 됩니다. 다만 그 기준이 누구의 것인지는 한 번 물어봐야 합니다.

그 숫자는 누가 정했을까

서브3, 서브4는 왜 하필 3시간, 4시간일까요. 내 몸이 정한 숫자가 아닙니다. 딱 떨어져서 말하기 좋고, 남들이 알아봐 주는 숫자입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날을 떠올려 보세요. 그때 서브3를 하려고 신발 끈을 맸나요? 아마 아닐 겁니다. 그냥 달리고 싶어서, 숨이 차는 게 좋아서였을 거예요.

목표가 그 처음 마음에서 나온 거라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남의 시선이 정한 숫자가 내 달리기의 이유가 돼 있다면, 한 번 멈춰 볼 때입니다.

기록만 보고 뛰었던 해

저는 20년 넘게 달렸습니다. 그중 기록을 위해 훈련한 건 2년 정도입니다. 작년에는 서브3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때 달리기가 처음으로 두려워졌습니다. 나가기 싫은 날이 많았고, 재미가 없었고, 즐겁지 않았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20년을 이어 올 수 있었던 건 기록 덕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날그날 달리는 게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황금을 걸면 눈이 흐려진다

『장자』 달생편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와 조각을 걸고 활을 쏘면 잘 맞힌다. 허리띠 장식을 걸면 손이 떨린다. 황금을 걸면 눈앞이 흐려진다. 솜씨는 같은데, 밖의 것을 무겁게 여기니 안이 서툴러진다.

같은 사람이 같은 솜씨로 쏘는데도, 걸린 것이 무거워지면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기록도 그렇습니다. 남이 알아주는 숫자가 무거워질수록 몸은 굳고, 달리기는 겁나는 일이 됩니다.

목표를 대하는 다른 방법

그렇다고 목표를 버리자는 게 아닙니다. 목표를 대하는 방법을 바꾸자는 겁니다.

몇 달 뒤 대회 날에야 성패가 갈리는 큰 목표 하나만 두면, 그날까지 매일 "아직 못 했다"는 마음으로 지내게 됩니다. 과정은 길고 실패할 수도 있어서 더 얽매이게 됩니다.

대신 그날 끝낼 수 있는 아주 작은 목표를 세워 보세요.

  • 이번 주에 세 번 나간다.
  •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뛴다.
  • 오늘은 끝까지 편한 숨으로 뛴다.

이런 목표는 그날 바로 이룰 수 있습니다. 작은 성취가 쌓이면 "내가 조금씩 늘고 있구나" 하고 느낍니다. 그 느낌이 다음 날 다시 나가게 하고, 즐겁게 꾸준히 달리다 보면 실력도 따라옵니다. 기록은 대회 날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그렇게 쌓인 날들이 만듭니다.

나는 왜 달리나

기록이 꼭 중요할까요. 중요한 사람도 있습니다. 다만 그 기준이 내 것인지 남의 것인지는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오늘 나가기 전에 한 번 물어보세요.

"나는 누구의 시선으로 달리고 있나?"

답이 "내 시선"이라면, 오늘은 그냥 오늘의 달리기를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