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날 아침, 출발선에 서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오늘 기록을 내야 한다, 오늘은 꼭 잘 뛰어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만 기억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기록은 대회 날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기록은 훈련이 만든다
지난 몇 달 동안 뛴 거리, 숨이 턱까지 찼던 인터벌, 귀찮아도 나갔던 새벽. 그게 쌓여서 오늘의 내 다리가 됩니다. 출발선에 선 순간, 내가 낼 수 있는 기록은 이미 그 안에 들어 있습니다.
대회 날 하루 더 열심히 한다고 몸이 갑자기 강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평소보다 무리하면, 준비한 것조차 다 꺼내지 못하고 끝나기 쉽습니다.
대회는 확인하는 자리
그러니 대회는 시험이 아니라 확인입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잘 훈련했는지 보러 가는 자리예요.
확인하러 가는 사람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준비한 만큼을 차분하게 꺼내 놓으면 됩니다.
그래서 대회 날에는
- 초반에 서두르지 않는다. 주변이 빨라도 내 페이스를 지킵니다. 초반에 아낀 힘은 후반에 돌아옵니다.
- 연습한 것만 한다. 새 신발, 처음 먹는 젤, 한 번도 안 뛰어 본 페이스는 대회 날 시험하지 않습니다.
- 지금 이 구간에 집중한다. 남은 거리를 세기보다 다음 급수대, 다음 오르막만 생각합니다.
열심히는 훈련 때, 집중은 대회 때
열심히 하는 건 훈련 때 하는 일입니다. 대회 때 할 일은 집중해서 내 레이스를 펼치는 것입니다.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이렇게 말해 보세요.
"오늘은 내 훈련을 확인하러 왔다."
결과가 좋으면 훈련이 잘된 것이고, 아쉬우면 다음 훈련에서 채울 것이 보인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대회는 제 몫을 다한 셈입니다.